트로이의 목마
하늘시인 이영하
성문 앞에 놓인 말 한 필,
전쟁은 그것을 선물이라 불렀다.
전쟁은 그것을 선물이라 불렀다.
트로이 사람들은
긴 싸움이 끝났다고 믿으며
자기 손으로 성문을 열었다.
긴 싸움이 끝났다고 믿으며
자기 손으로 성문을 열었다.
밤이 깊자 목마의 배 속에서 발소리가 내려왔다.
믿음이 열어 준 문으로 칼이 먼저 들어왔다.
믿음이 열어 준 문으로 칼이 먼저 들어왔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무너진 성벽보다 사람들이 열어 준 문을 오래 바라본다.
무너진 성벽보다 사람들이 열어 준 문을 오래 바라본다.
적의 칼은 바깥에서 오지만
파멸은 때로 의심을 거둔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파멸은 때로 의심을 거둔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오늘도 세상에는
달콤한 말로 포장한 목마가 있고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선물이 있다.
달콤한 말로 포장한 목마가 있고
편리함이라는 이름의 선물이 있다.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
무엇을 끝까지 살펴야 하는가.
무엇을 끝까지 살펴야 하는가.
평화는 성문을 닫는 일만으로 오지 않는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되
그 손에 무엇이 들려 있는지
함께 물을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되
그 손에 무엇이 들려 있는지
함께 물을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성 안에 목마를 들이지 않는 지혜,
그보다 먼저 사람을 속이지 않는 세상.
그보다 먼저 사람을 속이지 않는 세상.
〈시작 노트〉
◉주제 및 배경
트로이의 목마 신화를 오늘의 사회로 가져와, 신뢰를 가장한 기만과 평화를 지키는 지혜를 성찰한 작품이다. 외부의 위협뿐 아니라 선의와 편리함으로 포장된 유혹을 분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시적 구성
목마를 선물로 받아들인 트로이의 장면에서 출발해, 성문이 열린 순간과 목마 안에서 내려오는 발소리로 긴장을 높인다. 이어 시선은 무너진 성벽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열어 준 문으로 옮겨 가며, 오늘의 사회가 지켜야 할 판단과 윤리의 문제로 확장된다.
◉시적 감수성
전쟁의 참상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선물’, ‘성문’, ‘발소리’라는 이미지로 기만의 위험을 드러냈다. 마지막에는 경계만을 강조하지 않고, 상대를 속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바람을 함께 제시했다.
◉비유 및 표현 기법
목마는 겉으로는 선물이지만 내부에는 파멸을 숨긴 이중적 상징이다. ‘믿음이 열어 준 문으로 칼이 먼저 들어왔다’는 역설을 통해 신뢰가 악용될 때 발생하는 비극을 압축했다.
◉시적 메시지
평화는 무조건적인 믿음이나 무조건적인 불신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사실을 살피고, 상대를 속이지 않는 윤리를 함께 세울 때 평화는 지속될 수 있다.
◉시인의 메모
성문을 지키는 일은 경계병에게만 맡길 수 없다.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 또한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